1. AI 시대 교황 레오 14세의 메시지
얼마 전 즉위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교황 레오 14세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어떻게 보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고였다.
핵심은 이것이다. "AI라는 도구에 의존하느라, 인간만이 가진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Grasp Reality)을 포기하지 말라."
레오 14세는 최근 담화에서 AI가 우리, 특히 젊은 세대의 지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고리즘이 주는 정답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현실을 마주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감각이 퇴화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2. 엔지니어링 : 시뮬레이션 vs 리얼리티
이 메시지를 듣고 최근 XR 공정 실습 때가 떠올랐다. 가상현실 속에서 나는 TEOS 유량값만 입력하면 결과가 튀어나오는 시뮬레이터에 감탄했다. 하지만 동시에 위화감이 들었다.
만약 실제 팹(Fab)에서 센서 오류로 엉뚱한 데이터가 들어온다면? 그래도 나는 AI가 뱉어준 값대로 레시피를 설정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AI는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 최적의 계산을 수행한다. 물론 데이터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고려해 줄 것이다. 어찌됐든 인간은 그 데이터가 현실과 맞는지, 변수는 없는지 맥락을 파악해야만 한다.
교황이 말한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란 바로 이것 아닐까. 모니터 속의 수치가 아니라, Chamber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물리적 현상을 상상하고 검증하는 힘. 그것이 AI시대에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3. '생각'을 외주 주지 말자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과정을 AI에게 '외주' 준다. "GPT야, 코드 짜줘.", "결론 요약해 줘."
편리하다. 하지만 레오 14세의 경고처럼,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스스로 돌파하는 능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새로운 이슈가 터졌을 때,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만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를 AI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런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킬 이유도 없어질 것이다.
4. 마치며 : 주체적인 엔지니어가 되기 위하여
교황은 기술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기술이 인간의 존엄과 지성을 갉아먹지 않도록 통제권을 쥐라고 당부했다.
반도체 엔지니어를 꿈꾸는 나에게 이 메시지는 명확하다. 원리를 꿰뚫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건 나여야 한다.
2026년, AI와 공존해야 하는 지금. 나는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고민하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