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기의 삼성, 과거를 소환하다
최근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삼성의 시대는 갔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4에서 경쟁사들이 상상하지 못한 '오버 스펙(4나노 베이스 다이)' 카드를 꺼내 들며 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장면에서 1990년대, 삼성전자가 세계 1위였던 일본 반도체를 무너뜨렸던 결정적 사건을 떠올립니다. 바로 '기술적 도박'을 통해 경쟁사를 따돌리는 삼성 특유의 승리 공식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 1990년의 도박 : "파느냐(Trench) vs 쌓느냐(Stack)"
1980년대 후반, D램 용량이 4Mb(메가비트)로 넘어가면서 커패시터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도시바와 NEC 등 일본 기업들은 Trench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일본(Trench) : 위로 쌓는 건 무너지니 위험하다. 웨이퍼를 깊게 파서 공간을 만들자. (안정성 위주)
- 삼성(Stack) : 파는 건 한계가 온다. 어렵더라도 위로 고층 빌딩처럼 쌓아 올리자. (미래 확장성 위주)
당시 모두가 삼성을 비웃었습니다. 기술도 부족한 후발주자가 위험한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적도가 높아지자 일본의 Trench 방식은 옆 셀과의 간섭 문제로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고, 반면 삼성의 Stack 방식은 승승장구했습니다. 이 한 번의 과감한 결단으로 삼성은 1992년 세계 D램 1위에 등극했고, 일본 반도체는 몰락했습니다.
학교 과제로 이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이 있었는데 꽤나 인상깊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음 유튜브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SB7A0fEowNg?si=hOX2KSHsU1FCKiwC
3. 경쟁사들의 전략 : "안정성 위주로 가자"
HBM4 스펙이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에서 결정될 즈음, 경쟁사들은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 마이크론 (Micron): 기존 HBM3E 설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양산성을 확보해 2026년 물량을 맞추려 했습니다.
- SK하이닉스 (SK Hynix): 파운드리 파트너인 TSMC의 12nm 공정을 활용해 로직 다이(Base Die)를 설계하며 엔비디아의 요구치에 맞추려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시장은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회사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4. 2026년의 결단 : "메모리 공정 vs 로직 공정"
지금 HBM4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때와 소름 돋게 똑같습니다. HBM의 성능을 결정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어떻게 만드느냐의 싸움입니다.
- 마이크론/하이닉스 (안정성): "기존에 하던 대로 메모리 공정(10나노급)이나 적당한 파운드리(12나노)를 쓰자. 그게 싸고 안정적이다."
- 삼성전자 (도박수): "우린 4나노(SF4) 최선단 로직 공정으로 만든다. 비용은 비싸지만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겠다."
5. 삼성전자의 "오버 스펙" 공습
그에 대한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 성능 폭발: 미세 공정을 적용하자 전력 효율과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HBM4 스펙 상한선인 11Gbps 대역폭을 시원하게 뚫어버렸습니다.
- Turn-Key의 힘: 메모리(DRAM)와 파운드리(Logic), 패키징(AVP)을 한 회사에서 다 할 수 있는 IDM(종합 반도체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미친 전략이었습니다.
6. 시장의 반응 : 엔비디아의 눈높이가 올라갔다
이 결과를 본 젠슨 황(엔비디아 CEO)의 반응이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삼성의 샘플을 보고 눈이 높아진 엔비디아가 전부 삼성 스펙을 기준(Reference)을 상향 조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경쟁사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 마이크론: 사실상 경쟁 포기(GG) 상태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기존 설계로는 도저히 이 '오버 스펙'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 SK하이닉스: "어? 이게 되나?" 하며 부랴부랴 스펙 상향에 돌입했지만, 과도한 스펙 싸움으로 인해 현재 발열을 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7. 삼성전자, 설 연휴 이후 양산
업계 소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설 연휴 이후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HBM3에서의 부진을 씻고 HBM4에서 다시금 '초격차'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8. Insight
역사는 반복됩니다. 30년 전, 웨이퍼에 구멍을 파는 대신 '쌓기'를 선택했던 삼성의 엔지니어들이 일본을 이겼듯, 지금 삼성은 메모리 공정 대신 파운드리 공정을 HBM에 도입하는 결단으로 다시 한번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번 HBM4 전쟁은 단순히 누가 칩을 잘 만드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판을 바꾸는 도박을 걸 것인가."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삼성전자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자, 반도체 산업이 엔지니어에게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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