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dustry (반도체 산업)

[산업 분석] 1.4나노 미세공정의 절대반지 : ASML과 하이-NA EUV 확보 전쟁

by 온semi로 2026. 3. 1.

1. 들어가며 : 반도체 생태계의 절대 권력,  ASML

글로벌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부터 반도체 제조의 제왕인 TSMC, 삼성전자, 인텔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이 거인들이 유일하게 쩔쩔매며 줄을 서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입니다. 슈퍼 '을'이라는 표현을 우리나라 뉴스들이 좋아해 주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웨이퍼 위에 빛으로 미세한 회로도를 그리는 '노광(Lithography)' 공정입니다. ASML은 이 노광 공정 중에서도 가장 최첨단 기술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대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지만, 1년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슈퍼 을의 지위를 얻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ASML의 High NA EUV (사진 출처 = ASML 공식 홈페이지)

 

2. 독점의 비밀 : 독일 '칼자이스(Carl Zeiss)'와 도전자들의 실패

그렇다면 왜 일본이나 중국의 거대 기업들은 이 장비를 카피하거나 자체 개발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EUV 장비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톱니바퀴'이자 세계 최상급 기술의 집약체이기 때문입니다.

  • 핵심은 렌즈가 아닌 '거울' (칼자이스): 극자외선(EUV)은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일반적인 유리 렌즈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완벽하게 평평한 거울에 빛을 여러 번 반사시켜 웨이퍼로 보내야 합니다. 이 거울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깎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래된 독일의 광학 기업 칼자이스입니다. 안경 렌즈를 통해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 도전자들의 뼈아픈 좌절: 과거 노광 장비 시장을 지배했던 일본의 니콘과 캐논은 EUV의 미친 개발 난이도와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국가적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SMEE 등) 역시, 칼자이스의 광학 기술과 전 세계 5,000여 개 협력사로 얽힌 ASML의 촘촘한 서방 공급망을 뚫지 못해 자체 EUV 개발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3. 2나노를 넘어선 1.4나노의 전쟁 (하이-NA EUV)

현재 TSMC, 인텔, 삼성전자는 2025년 말 2nm(나노미터) 대량 생산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진짜 스포트라이트는 차세대 1.4nm 로드맵을 실현할 유일한 도구, '하이-NA (High-NA) EUV'로 옮겨갔습니다. 기존의 표준 EUV 장비로도 3나노, 2나노 공정을 구현해 냈지만, 1.4나노 이하의 극한 미세 공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빛을 모으는 렌즈의 해상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 NA (개구수)의 진화: 기존 EUV의 NA(빛을 모으는 능력)가 0.33이었다면, 하이-NA EUV는 이 수치를 0.55로 끌어올렸습니다. 훨씬 커진 칼자이스의 반사경을 통해 더 얇고 정밀한 회로를 한 번에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거인들의 쟁탈전: 1.4나노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파운드리 3강(TSMC, 삼성, 인텔)은 물론이고, 차세대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심지어 일본의 라피더스까지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베팅을 걸고 있습니다.

렌즈가 커지면 빛이 꺾이는 각도(굴절률)가 커져, 도화지(웨이퍼) 위에 훨씬 얇고 선명한 선을 한 번에 그릴 수 있습니다. 이 장비가 없으면 같은 선을 여러 번 덧칠해서 그려야 하므로(Multi-patterning)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https://youtu.be/h_zgURwr6nA?si=pZg9HwFxCdmPgoCm

 

4. 미국의 목줄 쥐기 : 바이든 제재의 후폭풍

이러한 EUV 확보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철저히 배제된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의 첨단 AI 및 군사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ASML은 중국에 EUV 장비를 팔지 말라는 강력한 규제를 걸었습니다. 처음 몇 년간 중국(SMIC 등)은 구형 DUV 장비로 회로를 여러 번 덧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쥐어짜며 7nm 칩을 만들어 내는 등 제재를 극복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정이 5나노, 3나노로 내려오자 'EUV 없는 멀티 패터닝'은 수율(불량률)과 원가 측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제재의 치명적인 타격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으며, 최첨단 AI 칩 제조 생태계에서 중국은 사실상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선두 주자인 TSMC, 인텔, 삼성전자는 2025년 말 2nm(나노미터) 대량 생산 진입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거인들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미 그 너머인 차세대 1.4nm 로드맵과 이를 실현할 유일한 도구인 ASML의 차세대 EUV, 즉 '하이-NA (High-NA) EUV' 출시로 옮겨갔습니다.

5. 거인들의 장비 확보 베팅 (EUV 쟁탈전)

하이-NA EUV는 ASML조차도 초기에 1년에 몇 대 생산하지 못하는 한정판입니다. 따라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누가 이 절대반지를 먼저 끼느냐'의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파운드리 3강의 치열한 선두 다툼: 현재 글로벌 EUV 설치 규모는 TSMC, 삼성전자, 인텔 순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파운드리 부활을 선언한 인텔이 하이-NA EUV 초기 물량을 선점하려 공격적인 베팅을 걸었고, TSMC와 삼성전자 역시 1.4나노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장비 확보 전쟁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 메모리 및 신흥 주자의 참전: 초미세 공정은 이제 시스템 반도체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차세대 D램과 HBM 고도화를 위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EUV 장비 도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팹리스 연합 라피더스(Rapidus)마저 EUV 확보 경쟁에 합류하며 전선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6. Insight 

설계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장비입니다. 이번 하이-NA EUV 쟁탈전을 지켜보며,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 중심의 기술 패권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됩니다.

엔지니어들이 아무리 뛰어난 1.4나노 칩 아키텍처를 설계하더라도, 웨이퍼 위에 그 도면을 찍어낼 물리적인 붓이 없다면 그것은 모니터 속 허상에 불과합니다. ASML이라는 단일 장비사에 글로벌 IT 기업들의 차세대 로드맵 전체가 목을 매고 있는 이 밸류체인은, 첨단 제조업에서 '공정 및 설비 기술력'이 기업들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추가로 ASML의 EUV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semi-note.tistory.com/25

 

[산업 분석] 리소그래피의 기술적 진화 : DUV 멀티 패터닝부터 High-NA EUV까지

1. 들어가며 : 해상력을 결정하는 물리적 변수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은 웨이퍼 위에 구현할 수 있는 최소 선폭(CD, Critical Dimension)을 줄이는 것입니다. 노광 공정의 해상력은 레일리(Rayleigh) 공식

semi-note.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