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도체 산업의 분류 : 글로벌 조별과제
반도체 산업은 흔히 전 세계가 함께하는 조별과제에 비유되곤 합니다.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설계는 미국의 특허로, 장비는 네덜란드(ASML)와 일본이, 제조는 대만과 한국이 분담하는 식입니다.
이 거대한 밸류체인(Value Chain)은 제조 공정의 흐름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Design (설계) -> Fabrication (제조/Fab) -> Packaging & Test (후공정)
이 중에서 설계만 하면 Fabless, 제조만 하면 Foundry, 후공정만 하면 OSAT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혼자 다 해내는 만능 기업들을 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설계와 공정이 긴밀하게 연동되어야 하고 소품종 대량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IDM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2. Design : 고부가가치의 영역 (Fabless)
팹리스(Fabless)는 말 그대로 공장(Fab) 없이 설계 도면만 그리는 기업들입니다. 반도체 칩 내부의 수많은 Block들을 설계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칩을 완성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칩의 복잡도가 증가하면서 블록개발을 외주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블록만 설계하는 Chipless기업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수조 원이 들어가는 생산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출액에서 고정비를 뺀 나머지가 대부분 영업이익이 되는 고마진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CPU를 설계하는 인텔의 가치가 압도적이었으나, 최근 AI 시대가 도래하며 GPU를 설계하는 NVIDIA가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3. Foundry : 제조 (TSMC vs Samsung)
설계 도면을 받아 실제로 웨이퍼에 칩을 구워내는 단계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하며, 이 과정을 전공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수율(Yield)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자 이익과 직결됩니다.
파운드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Pure-Play Foundry: 자체 제품 없이 남의 물건만 수탁생산하는 곳. (예: TSMC)
- IDM Foundry: 내 물건도 만들고 남의 물건도 만들어주는 곳. (예: 삼성 파운드리)
현재 TSMC가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는 이유는 품질도 있지만, 반도체 업계 내에서 같은 설계일도 하는 경쟁사 삼성에게 일감을 주기 꺼려지는 면도 큽니다.
RTX 30 시리즈 발열 이슈의 진실 과거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가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되었을 때 발열 이슈가 있었습니다. 대중들은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탓했지만, 사실 설계도 공정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단지 엔비디아가 제조 비용 문제로 삼성 파운드리에서도 비교적 낮은 품질(가성비)의 공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30시리즈를 지금 다시 생산한다면 옛날과 같은 발열 문제는 없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Foundry 산업을 다룬 삼성전자와 TSMC의 다큐인데 꽤나 고퀄리티의 영상이라고 생각되므로 한번씩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RJIwtkvDkkQ?si=-nrOcaJvbaRQROGg
4. Packaging & Test : 후공정의 반란 (Advanced Packing)
전공정이 끝난 칩을 외부와 연결하고 보호하는 작업을 패키징(Packaging), 정상 작동을 확인하는 것을 테스트(Test)라고 합니다. 이 둘을 합쳐 후공정이라 부릅니다.
과거의 패키징은 단순히 칩을 포장하는 거들 뿐인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의 판도는 이 후공정이 뒤집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미세 공정의 한계: 회로를 더 작게 만드는 것(전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고 비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칩을 작게 만드는 게 힘들다면, 여러 칩을 이어 붙이자고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고 구멍(TSV)을 뚫어 연결하는 이 기술은 전공정만큼이나 고난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직접 하는 이유로는, 원래 패키징은 OSAT 업체들의 영역이었지만, HBM이나 2.5D 패키징 같은 초고성능 제품은 칩 제조(Fab) 단계부터 패키징을 고려해야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패키징을 외주 주지 않고 직접 수행하며 기술 내재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패키징이 칩의 성능을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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