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불가능에 도전하는 중국
2022년 8월, SMIC가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반도체 업계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EUV 장비 없이는 7나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즉각 수출통제 기준을 강화하며 중국의 추가 도약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6년 3월, 이번에는 중국 파운드리 2위 화홍그룹이 7나노 양산 준비를 마쳤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SMIC 한 곳만의 7나노가 아니라, 중국에서 7나노를 만들 수 있는 팹이 두 곳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화웨이는 ASML의 EUV 장비를 대체할 자체 노광장비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서사가 한 단계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 화홍그룹은 어떤 회사인가?
화홍그룹은 중국 상하이 시 정부 산하의 반도체 그룹입니다. 핵심 계열사인 화홍반도체는 중국 파운드리 업계 2위 기업으로, 1위 SMIC의 뒤를 잇는 위치입니다.
화홍그룹의 파운드리 자회사 화리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Huali Microelectronics, 이하 화리)가 이번 7나노 개발의 주체입니다. 화홍그룹은 2025년 12월 화리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반도체 생산 역량을 통합했습니다.
현재 화홍반도체는 주로 성숙 공정(28nm 이상) 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입니다. 전력 반도체(IGBT, MOSFET), 임베디드 플래시 메모리, CMOS 이미지 센서 등이 주력 제품군입니다. 7나노 진출은 화홍이 성숙 공정 전문 기업에서 첨단 공정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략적 전환점입니다.
3. 화리의 7나노 개발 : 무엇을, 어떻게 했나?
3.1. 개발 경위
최근 뉴스들에서는 화리가 상하이 팹6에서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발은 지난해(2025년)부터 팹6에서 본격 시작됐습니다.
화리는 이 과정에서 화웨이의 투자를 받는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사이캐리어(SiCarrier) 를 비롯한 중국 장비 공급사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중국산 장비로 7나노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큽니다.
3.2. 생산 계획
화리의 목표는 2026년 연말까지 월 수천 장의 wafer 규모의 7나노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수천 장이라는 수치는 삼성전자나 TSMC의 월 수만 장 이상 생산 능력과 비교하면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다만 수율 등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3.3. 첫 고객
중국 AI 반도체 설계 업체 Biren Technology(비렌테크놀로지)가 화리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해 Tape-out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렌은 미국의 엔비디아 H시리즈 수출 규제로 자체 AI 가속기 수요가 높아진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4. SMIC의 7나노 : 선행 사례와 현재 한계
화홍의 7나노를 이해하려면 먼저 SMIC의 사례를 알아야 합니다.
SMIC는 2022년에 이미 화웨이 Kirin 9000S 프로세서를 7나노 공정으로 생산했습니다. 당시 EUV 없이 DUV 멀티 패터닝(SADP, SAQP)을 극단까지 활용한 방식으로 7나노를 구현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ASML의 EUV 없이도 기존 DUV 장비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패턴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DUV기술과 EUV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semi-note.tistory.com/25
[산업 분석] 리소그래피의 기술적 진화 : DUV 멀티 패터닝부터 High-NA EUV까지
1. 들어가며 : 해상력을 결정하는 물리적 변수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은 웨이퍼 위에 구현할 수 있는 최소 선폭(CD, Critical Dimension)을 줄이는 것입니다. 노광 공정의 해상력은 레일리(Rayleigh) 공식
semi-note.tistory.com
그러나 SMIC의 7나노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 수율이 낮다 : EUV 없이 DUV 멀티 패터닝으로 7나노를 구현하면 공정 스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각 스텝마다 발생하는 오차가 누적되어 수율이 TSMC·삼성의 7나노 대비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 생산 단가가 높다 : 수율이 낮으면 같은 수의 정상 칩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합니다. 원가 경쟁력이 낮아집니다.
- 생산 능력 확대에 한계 : 미국의 수출통제로 장비 추가 반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는 2026년 2월 기준 월 2만 장 미만 수준인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을 월 10만 장 수준으로 5배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화리의 7나노 가세가 이 계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5. 화웨이의 자체 EUV 장비 : LDP 기술의 실체
중국 반도체 자립의 또 다른 축은 화웨이의 자체 EUV 노광장비 개발입니다.
5.1. 왜 EUV 장비가 필요한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SMIC와 화리의 7나노는 DUV 멀티 패터닝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수율 한계와 생산 단가 문제가 있습니다. 7나노 이하, 즉 5nm·3nm 선단 공정으로 가려면 사실상 EUV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ASML의 E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5nm 이하 공정 자립을 달성하려면 EUV 장비를 자체 개발하는 것 외에 다른 경로가 없습니다. 화웨이가 그 길에 나선 것입니다.
5.2. 화웨이 EUV의 기술 방식 : LDP
화웨이의 자체 EUV 노광장비는 ASML의 LPP(Laser Produced Plasma) 방식이 아닌 LDP(Laser-induced Discharge Plasma)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EUV 광원 글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ASML LPP | 화웨이 LDP |
| 플라즈마 생성 |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액적 타격 | 방전 + 레이저 보조 |
| 에너지 효율 | 약 5~7% | 이론상 다소 유리 |
| 시스템 복잡도 | 극도로 높음 | 상대적으로 낮음 |
| 장비 크기 | 거대함 | ASML 대비 약 75% |
| 양산 검증 | 완료(250W 이상) | 미완 |
화웨이는 2025년 3분기부터 동관 공장에서 자체 EUV 장비의 시험 생산을 시작했고, 2026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SML의 EUV 장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핵심 검증 지표인 광원 출력과 수율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5.3. 현실적인 평가
업계 전문가들은 화웨이 EUV의 기술 수준이 ASML 대비 약 2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평가합니다. ASML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 특히 광원 출력 안정성·반사경 정밀도·진공 시스템 통합 역량 등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집광 거울(Collector Mirror)에 필요한 Mo/Si 다층막 거울의 정밀 제조, 진공 시스템, 마스크 인프라 전반이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실제 양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엔지니어들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위하여 ASML의 장비를 분해했다가 재조립을 못하였다는 루머도 있는만큼 기술 격차는 꽤나 커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을 계속 하고 있다는 점이 두려운 포인트입니다.
화웨이 EUV가 ASML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5nm 이하 공정을 위한 최소한의 EUV 기능을 구현해 DUV 멀티 패터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용도만으로도 충분한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6. 미국 수출통제와 중국의 대응
이 모든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있습니다.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14나노 이하 첨단 공정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이듬해 네덜란드 정부도 ASML의 고급장비(NXT 시리즈) 대중 수출 허가를 중단했습니다. 2024년에는 기존 장비 부품 수출도 통제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수출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오히려 강화시켰습니다. 외부 조달이 막히자 국가 차원의 자금이 장비·소재·설계 전반에 대거 투입되었고, 화웨이-사이캐리어-화리로 이어지는 공급망이 빠르게 형성됐습니다.

7.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 7나노 파운드리가 SMIC 하나에서 화리까지 두 곳으로 늘어나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파운드리 성숙 공정 시장 압박 심화
화홍반도체는 원래 28nm 이상 성숙 공정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하던 업체입니다. 7나노까지 영역을 넓히면, 해당 공정 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받는 가격 압박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중국 팹리스의 공급망 다변화
화웨이, 비렌, 캠브리콘 등 중국 AI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TSMC·삼성 대신 SMIC·화리를 활용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 규제로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으며, 화리의 7나노는 그 선택지를 구체화합니다. - 선단 공정 격차는 아직 유효
다만 7나노 이하, 즉 5nm·3nm·2nm 수준에서는 여전히 TSMC와 삼성전자가 압도적 격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EUV가 현실화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그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습니다. 선단 공정에서의 기술 우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가 한국 기업들의 핵심 과제입니다
8. Insight
반도체는 글로벌 협업으로 유명합니다. 흔히 말하는 소부장은 일본이, 특허는 미국, 제조는 한국. 그 외 다양한 반도체 장비들은 다양한 나라의 기업들이 만들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할 것이라 보진 않습니다. 만약 막대한 돈과 시간으로 경쟁국들을 따라잡는것이 가능했다면 바이든 정부시절 인텔에 엄청난 지원금을 쏟아부었을 때 인텔이 부활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EUV 수출을 막았더니 중국은 DUV 멀티 패터닝으로 7나노를 뚫었습니다. DUV 장비 부품까지 막았더니 자체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재가 촉매가 되어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빠르게 내재화되고 있습니다. 이 속도 하나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수율, 단가, 안정성 면에서 아직 격차는 존재하지만 그 격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뉴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선단 공정에서의 기술 우위를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중국의 추격 속도와 함께 앞으로 업계 판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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